2억짜리 파텍시계, 30억 현금... '코인 사기범'들의 허위 상장 대가

입력
2023.09.08 19:30
이상준 빗썸 대표·프로골퍼 안성현 기소
에르메스 가방 수수도... 檢 "부실 코인"

'가상자산(코인) 상장'을 대가로 30억 원이 넘는 금품을 챙긴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와 프로골퍼 안성현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채희만)는 8일 배임수재 혐의로 이 대표와 안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안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에게 코인 상장을 청탁한 사업가 강종현(41)씨와 코인 발행업체 관계자 송모(38)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와 안씨는 2021년 9~11월 코인을 자사 거래소에 상장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강씨와 송씨로부터 현금 30억 원과 명품 시계 2개, 가방, 강남 소재 고급 레스토랑의 회원제 혜택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중간브로커 역할을 한 안씨는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 대표가 돈을 빨리 달라고 한다"고 속여 중간에서 20억 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대표와 안씨가 받은 시계는 개당 시가 2억 원을 호가하는 스위스의 유명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 제품이었다. 이 대표는 시가 3,000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과 명품 의류까지 받아챙겼다. 이들은 또 인적이 드문 빗썸 주차장에서 현금 30억 원을 받아 작품당 수억 원을 호가하는 유명 미술품을 구입해 안씨 자택 창고에 보관하는 등 용의주도하게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상장하려 한 코인들은 연계된 사업이 전무하거나 실체가 없어 정상적으로 상장되기 어려운 부실 '김치 코인'이라고 결론내렸다. 강씨와 송모씨도 코인 상장 후 전문 마켓메이킹(MMㆍ자전거래로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 업자를 통해 수백억 원의 매매차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와 안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행사 필요성이 있다"며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고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불법과 반칙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