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을 꼬집었다는 학생 진술만을 바탕으로 교사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아 기소유예(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정황을 파악해 기소하지 않는 것)한 검찰 처분이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서도, 피의자에게 혐의가 있는 것으로 봤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고교 교사 A씨가 대전지검 논산지청을 상대로 제기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사건은 A씨가 재직 중인 학교의 한 학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가 수업 도중 성적인 발언을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글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출석한 B양은 "선생님이 숙제를 안 한 애들을 교실로 불러서 뱃살을 잡고 꼬집고 비틀었다"며 "저도 2017년 12월 (꼬집힘을) 당해서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019년 2월 "뱃살 꼬집기는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라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같은해 5월 이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수업시간에 피해자의 뱃살을 꼬집은 적이 없다"며 "2017년 12월에는 B양 학급에서 단 한 차례만 수업이 이뤄진 데다, 출석부에 따르면 B양이 그날 결석한 것으로 보여 뱃살을 꼬집었을 가능성도 없다"는 이유였다. A씨는 "선생님으로부터 뱃살을 꼬집힌 적이 없고, 다른 학생이 꼬집히는 것도 본 적 없다"는 내용을 담은 학생들의 사실확인서도 제출했다.
헌재는 수사기관이 B양의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에 주목, "(A씨의 혐의를 인정하는) 기소유예 처분으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검찰은 범죄일자를 특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에 대한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B양으로부터 다른 목격자의 인적사항을 받고도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는 결국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이거나 증거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