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6일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뿌리'에 대한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즉시 "반헙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가운데 국방부는 "전신이라는 의미로 답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아니면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고 묻자 이처럼 답했다. 육사의 정신적 뿌리를 신흥무관학교로 본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른 답변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직접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사 교과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이회영 선생 등이 개인 재산으로 중국 만주에 세운 독립군 양성기관으로, 1920년 일제의 탄압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3,000명 이상의 독립전사를 배출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국방경비사관학교는 1946년 5월 서울 태릉에 창설된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지칭한다. 미군정은 통역장교와 각군 간부요원을 확보하기 위해 1945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군사영어학교'를 세웠다가 이듬해 4월 폐교시킨 뒤 이 학교를 창설했다.
안 의원은 이 장관 답변에 "우리는 헌법을 계승하고 있는데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헌법적, 반국가적 발상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지금 육사에 대해 한정해서 말씀하신 것 아닌가. 육사가 대한민국 처음 시작과 일치하진 않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안 의원은 "(육사에 있는) 흉상 5인에 대해서 홍범도 장군을 빼놓고 나머지 4인은 신흥무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라며 "1948년도(8월 15일 정부수립일)를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시점이 바로 그런 시각이라 우려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순수하게 육사의 정체성, 생도교육 차원에서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홍범도 장군의 육사 내 흉상 이전 결정에 대해선 "그렇다 해서 저희 국방부나 육사가 독립운동이나 그 업적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날 저녁 이 장관의 답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1946년 태릉에서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가 1948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이라는 의미로 답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육군사관학교는 1945년 설립된 군사영어학교를 모체로 국방경비대사관학교, 조선경비대사관학교를 거쳐 1948년 육군사관학교로 정식 출범했다"며 "1948년 육군사관학교 개교 이전에 대한제국육군무관학교, 신흥무관학교, 임시육군무관학교 등 육사의 연원이 된 다수의 무관학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