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핵 기술 넘겨준다고?... 균형 안 맞는 이상한 거래

입력
2023.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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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거래에 '핵'?…이익의 균형 맞지 않아
한미일 대 북중러 연합훈련 가시화됐지만
핵 관련 기술·전력 제공은 어려울 듯
"러시아, 크림대교 공격에 강수 둘 가능성" 의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에 실제 '핵잠수함' 선물을 안길까. 다음 주로 점쳐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한 정황이 여럿 포착됐고, 추가로 미사일까지 제공할 심산이다. 하지만 재래식 무기에 반대급부로 핵 관련 기술을 넘겨받는다는 건 거래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6일 "본질은 한미일 대 북중러로 갈리는 지정학적 역학구도"라며 "러시아가 쉽게 핵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외교는 거칠고 행동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며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한국이 미국 입장에 무게를 두니 동북아시아의 정치적·전략적 구도를 고려해 정상회담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맞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북중러를 결속하려는 행동대장으로 중국이 아닌 러시아가 나선 셈이다. 러시아는 북러·북중러 연합군사훈련 카드를 꺼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4일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 연합해상훈련을 공식 제의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핵기술 이전 가능성 낮아…이익의 불균형"

하지만 군사훈련과 핵은 다른 문제다. 당장 포탄을 받으려고 러시아의 군사·외교력의 원천인 핵을 북한에 내주는 건 자칫 도박이 될 수도 있다. 이석배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미국과 대등한 입지를 인정받은 유일한 영역이 핵과 이와 관련한 비확산체제(NPT)"라며 "아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절실한 상황이라고 해도 소련의 유산이자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핵심 영역을 훼손하면서까지 북한과 협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러시아가 지원해준다고 해도 북한은 이를 제조할 역량이 없다"면서 "러시아로부터 아예 받아와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을 넘겨봐야 북한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핵심 전략무기인 핵잠을 북한에 통째로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슬라브학회장을 지낸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도 "러시아 입장에서도 북한은 극동지역 투자유치를 어렵게 하는 등 복잡한 존재"라며 "한미일 안보체제를 의식해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쉽게 핵을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제1기갑여단장을 지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을 대리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 보급로인 크림대교를 공격하면서 러시아도 보복조치에 나서려 할 것"이라며 "북한에 핵심기술을 넘기면 지정학적으로 미국이 가장 아파할 문제인 만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앞서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 지도자 간에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히 진전되고 있다"며 "(무기 거래가 이뤄진다면) 그들은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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