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가 5일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오일에 쓰던 윤활유를 전력 효율화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넓히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진행된 'ZIC(지크) 브랜드데이' 행사에서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은 윤활유를 이용해 데이터센터(IDC), 전기차, 배터리 등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액침냉각 기술'을 소개하며 "글로벌 윤활유 시장의 알짜기업을 넘어 미래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액침냉각은 냉각유에 직접 제품을 담가 열을 식히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대표적 쓰임새는 IDC다. 보통 IDC는 가동 중인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힐 때 에어컨 등 냉방 기기를 이용하지만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액침냉각 기술을 통해 냉각유에 서버를 담가 돌리면 전력 효율이 약 30% 이상 개선될 수 있다고 SK엔무브는 설명했다.
서버를 액체 상태인 윤활유에 담그면 당연히 고장 날 것이라 예상하지만 SK엔무브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자신했다. 물 안에선 전기가 통해 서버가 물에 닿으면 고장이 나지만 정제된 윤활유의 경우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고장 염려가 없다는 것. 또한 지난해 카카오 서버가 있는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와 같은 화재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화재는 연료, 고온, 산소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어야 발생하는데 온도가 낮은 냉각유 안에선 산소 접촉이 적을 뿐 아니라 불을 만들 연료 또한 없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적다"고 했다.
이날 밝힌 비전은 전기차가 대세가 될수록 내연기관 차량용 엔진 오일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맞물려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2040년 전기차 비중은 전체 자동차 수의 48%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전기차에도 모터의 과부하를 막을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기차용 윤활유는 산업 표준이 없는 만큼 앞선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SK엔무브는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제품의 열 관리를 위한 제품도 각각 특성에 맞게 개발 중이다. SK엔무브의 추산에 따르면 액침냉각 시장은 2020년 1조 원에서 2040년 42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의 IDC 액침냉각 시스템 전문기업인 GRC에 2,500만 달러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PC 제조 및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해 'SK루브리컨츠'에서 'SK엔무브'로 사명을 변경한 후 SK엔무브는 에너지 효율화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박 사장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사업 영역은 변하겠지만 전하려는 가치는 같다"며 "에너지를 더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게 에너지 효율화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