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뚫고 가을이 성큼… 그래도 평년보다 더울 9월

입력
2023.08.31 16:25
세계 기상 기관들 "9월 평년보다 더울 확률 80%"
고기압·뜨거운 해수면 온도 영향
태풍 '하이쿠이'는 중국 상하이 갈 듯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해 9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더운 초가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이은 가을 태풍이 몰고 오는 고온다습한 공기도 체감 기온을 높이겠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첫째 주(4~10일) 평균 기온이 평년(1991~2020년 21.4~22.6도)보다 높을 확률이 50%다. 이 기간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6~32도로 평년보다 1~2도가량 높을 전망이다. 9월 둘째 주부터는 평균 기온이 평년(20.2~21.6도)보다 높거나 비슷할 가능성이 각각 40%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 기상청들의 예측도 다르지 않다.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12개 기상청 및 관계기관의 503개 기후예측모델 자료를 종합한 앙상블 평균에 따르면 우리나라 9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은 80%나 된다. 10월은 73%, 11월도 63%로 따뜻한 가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월 초반 더위가 예상되는 이유는 여름 날씨를 좌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아 우리나라에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불어넣기 때문이다. 가을철 맑은 날씨의 원인인 이동성 고기압도 영향력을 키우며 기온을 높일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것도 초가을 더위의 주요인이다. 북태평양은 물론이고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까지 평년보다 높은 터라, 동아시아 상공의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돼 우리나라 기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 발달로 열대 중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되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낮아지는 것도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당분간 우리나라에 계속되는 비도 9월 초 평균 기온을 높이겠다. 비가 내리면서 낮 기온은 떨어지겠지만, 습도로 인해 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부터 대한해협 부근에서 정체전선이 발달해 경상권과 제주를 중심으로 시간당 30~6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다음 달 2일 이후에는 제11호 태풍 '하이쿠이'의 영향으로 정체전선이 북상해 전라권에도 비가 오겠다. 하이쿠이는 당초 서해안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로가 서쪽으로 치우치면서 다음 달 4일쯤 중국 상하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하이쿠이 예상 경로상 우리나라는 영향권에 들지 않아 태풍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태풍의 강풍반원이나 크기가 커서 우리나라에 강수 등 영향은 있겠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