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워터 페스티벌"… 장대비도 못 막은 대구 시민들의 '치맥 사랑'

입력
2023.08.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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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치맥페스티벌, 9월 3일까지 두류공원서 
"순식간에 1000마리 팔려", 치킨 가게 '완판'
새로 대구시 편입한 군위군, 부스 마련 홍보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일인 8월 30일 오후 5시 대구 달서구 두류동 두류공원 시민광장. 이날 오전부터 강한 비가 내려 “행사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듯했다. “티켓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워터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더 좋은 기회로 삼으면 될 것 같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왔다. 참가자 박소정(24)씨는 장대비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일이면 방학이 끝나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 부랴부랴 달려왔다”고 미소 지었다.

국내 대표 여름 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작년에는 7월에 진행됐지만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두류공원 리모델링 공사가 얼마 전 마무리되면서 올해는 한 달 늦게 열렸다. 올해로 11회째인 대구치맥페스티벌은 9월 3일까지 계속된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개막식이 예정된 오후 7시 30분쯤부터 다시 거세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장을 떠나려는 시민은 없었다. 모두 우산과 우비로 무장한 채 무대 앞으로 집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늘 은 마음껏 즐기시라”고 말하고, 이만규 대구시의장이 “치맥의 성지 대구에서”라고 건배사를 외치자 시민들은 “다시 새롭게”라며 화답했다.

인기 가수 박재범이 무대에 오르자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박재범은 무대에 올라 캔 맥주를 마셨다가 하늘로 뿜었고, 검은색 상의를 벗어던진 채 랩을 했다. 김희정(21), 이정우(22)씨는 “워터밤과 흠뻑쇼 등 물을 뿌리는 공연은 티켓 예매부터 전쟁인데 얼마나 좋으냐”며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우리는 끄떡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광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치킨 가게들도 밀려드는 주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치킨 브랜드 업체는 생닭 1,000마리를 준비했는데 오후 9시가 되기도 전에 ‘완판’을 기록하고 일찌감치 다음날 준비에 돌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800마리가 동나는 바람에 올해 더 양을 늘렸는데 이렇게 빨리 소진될 줄은 몰랐다”며 “치맥페스티벌로 소비가 많아지고 브랜드 홍보까지 되니 일석이조”라고 엄지를 들었다.

지난 7월 경북도에서 대구시로 새롭게 편입된 군위군도 대구의 기초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부스를 마련했다.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건설되는 장소인 군위군은 ‘공항도시’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 모형을 오려 붙인 형태로 부스를 꾸몄고, 지역 특산물인 길이 40㎝, 굵기 12㎝ 크기의 커다란 오이 수백 개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대구의 상징인 치맥페스티벌에 대구시 일원으로 참여해 감회가 새롭다”라며 “공항도시 군위군과 특산물까지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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