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북러 밀착…미 “러시아, 무기 거래하려 평양 찾아”

입력
2023.08.31 00:52
쇼이구 국방장관 방북 이후 후속 논의
김정은 군수공장 시찰로 러 수출 ‘포석’
한미일 유엔대사 “안보리 결의 위반”

미국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 거래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뤄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방북 이후 ‘무기 거래’를 고리로 한 두 나라의 밀착이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쇼이구 장관 이후에 또 다른 그룹이 무기 거래를 위한 후속 논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쇼이구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친서로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했고, 쇼이구 장관에 이어 추가로 러시아 당국자가 북한을 방문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커비 조정관은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무기 거래 협상에 따라 러시아군은 북한으로부터 상당한 수량과 다양한 유형의 탄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여러 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달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일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회담했다. 쇼이구 장관은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무기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에 “쇼이구 장관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확보하고자 북한을 찾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70㎜ 자주포와 다양한 종류의 포병·전차 탄약, 보병용 총기 등을 구매하려 한다는 폭로에 나섰다. 교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은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면서도 군사 지원 의혹은 부인해 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최근 군수공장을 잇따라 시찰하면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한 약속대로 러시아와 무기 거래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주재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대사들도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다양한 종류의 탄약을 상당한 규모로 들여오는 것과 관련 북한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 대해 모든 형태의 무기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회견에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일본의 이시카네 기미히로 대사도 자리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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