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가 22년 동안 정들었던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향한다. KCC의 새 안방은 부산 사직체육관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KCC의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 전신인 대전 현대를 인수한 뒤 2001년 5월부터 22년간 전주를 연고지로 해온 KCC는 이로써 둥지를 두 번 옮기게 됐다. 아울러 16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레전드 출신 이상민 KCC 코치의 전주 복귀도 불발됐다.
KCC의 연고지 이전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최근 KCC는 "전주시가 신축 체육관 건립 약속을 7년째 지키지 않았다"며 홀대와 신뢰 문제 등을 이유로 연고지 이전을 적극 검토했다. 2016년에도 40년이 넘은 전주실내체육관의 낙후된 시설 문제 등의 이유로 연고지 수원 이전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전주 잔류를 택했다. 다급한 전주시가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 체육관을 2023년 말까지 지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다.
그러나 전주시의 계획은 끝내 이행되지 않았다. 새 체육관 건립 과정이 연고 구단도 없는 신축 야구장 추진 계획에 뒷전으로 밀렸고, 참지 못한 KCC는 결국 헤어질 결심을 했다. 다시 불거진 연고지 이전설에 전주시는 부랴부랴 2026년까지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밝혔으나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은 KCC를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최형길 KCC 단장은 "연고지 전주와 여러 이유로 시끄러웠다"며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연고지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연고지 이전에 실망한 농구 팬들은 전주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진짜 무능함을 보여준 치욕적인 날이다', '전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떠난다는 모습에 화가 난다'는 항의성 글이 쏟아지면서 전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접속이 마비됐다. KCC는 그동안 전주의 뜨거운 농구 열기를 등에 업고 KBL리그 최고 인기팀 중 하나로 거듭난 바, 전주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주시는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KCC는 언론을 통해 이전설을 흘리고, KBL 이사회에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하는 동안 전주시와 팬들에게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전주시와 KCC의 상처만 남은 이별로 호남 지역 농구 팀은 모두 사라졌다. 서울 SK 서울 삼성 안양 정관장(전 KGC인삼공사) 고양 소노 수원 KT 수도권에 5개 팀,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 대구 한국가스공사 부산 KCC 영남권에 4개 팀, 원주 DB 강원권 1개 팀이 있다.
오는 10월 KCC는 그간 제2의 연고지로 썼던 군산에서 열리는 KBL 컵대회에 나가 전북 지역과 고별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