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K-이야기꾼으로 우뚝 서다

입력
2023.09.03 12:37
강풀, 각색 참여한 '무빙'으로 '흥행' 성공
1세대 웹툰 작가에서 글로벌 OTT 화제작 작가까지

1세대 웹툰 작가 강풀이 드라마 '무빙'으로 작가 인생의 전성기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시도했지만 강풀처럼 고점을 갱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긴 시간의 내공으로 K-이야기꾼으로 우뚝 선 강풀의 작품들이 함께 조명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동명의 원작 웹툰 '무빙'을 그린 강풀 작가는 시리즈의 각본을 맡으면서 이 시대의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갈증을 정확하게 해소시켰다.

강풀은 지금 국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 웹툰의 선발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책 시대가 저물고 스크롤을 내리며 읽는 웹툰 시대를 열었고 다음 웹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주로 인물의 감정 묘사와 표현에 힘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지금의 20대를 포함해 기성세대까지 아우르면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림 실력이 아닌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서사를 집중시키는 그의 강점이 드라마에서도 톡톡히 담겼다. 아울러 강풀이 늘 작품의 메시지로 등장시키는 휴머니즘 역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편이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는 '무빙'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164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이듬해 '이웃사람'이 243만 명의 스코어를 보였다. 이 외에도 '순정만화' '26년' '아파트' 등이 개봉한 바 있다. '무빙' 이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소위 '대박'난 흥행작은 없지만 적지 않은 작품들이 영화화됐다.

이 가운데 그가 직접 각색을 맡은 '무빙'의 흥행은 유독 특별하다. 앞서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무빙'은 TV쇼 월드와이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중심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했던 디즈니플러스와 히어로, 초능력 소재 이야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보였다.

특히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 소재는 유독 한국 콘텐츠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장르다. 국내 시청자들이 MCU(마블 세계관)로 안목이 높아졌고 이를 충족시킬 서사와 기술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늘상 받아왔던 것이다. '무빙'의 경우 20회차라는 긴 서사 속에서 인물의 전사를 깔끔하게 전달, 보는 이들이 제대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야기의 1부인 이정하 고윤정의 스토리가 흡입력있게 만들어지면서 2부인 조인성 한효주의 서사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대의나 정의를 외치는 것보다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주인공들의 평범함을 강조했는데 이는 강풀이 그간 그려왔던 캐릭터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성도가 높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무빙'을 집중하고 있다. 외신들은 입을 모아 "'무빙'이 단 하나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박인제 감독과 강풀 작가의 생생하게 공명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능력"(NME), "모든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특별하고 멋진 스토리라인"(LIFESTYLE ASIA)이라고 '무빙'이 갖고 있는 매력을 조명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강풀은 웹툰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덧대고 살을 붙이면서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가령 원작에 없었던 프랭크(류승범)가 대표적인 예시다. 팬들이 강풀에게 기대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무빙'이 강풀이 만든 세계관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타이밍'과 '브릿지'로 이어질 강풀의 대서사시가 이제 막 문을 연 셈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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