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28일 제320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다음달 15일까지 19일간 의정 활동에 돌입했다. 11대 의회 개원 2년 차를 맞아 민생 현안 해결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상당한 무게를 뒀다. 핵심 과제로는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예산을 교환해 지방 재정 부족을 해소하는 ‘일반-교육 재정 스와프’ 제안과 지방자치 시대 30년 숙원인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이 꼽힌다.
재정 스와프는 해마다 정부가 지자체와 교육청에 각각 지급하는 일반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시의회 승인 아래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국가 간 통화 스와프로 달러를 수혈했듯, 남은 교육예산을 지자체에 낮은 금리로 빌려줘 일반예산 부족분을 메우게끔 하겠다는 취지다. 일종의 ‘지방정부형 통화 스와프’인 셈이다. 교육청 살림이 휘청거리지 않도록 스와프 상한선을 재정 총액 20%로 제한하고 시의회가 ‘예산조정권’을 갖는 보완책도 마련했다.
실제로 지자체 장부엔 빚이 누적되는 반면 교육청 곳간엔 돈이 쌓이고 있다. 매년 걷히는 내국세 20.79%를 지방교육청 예산으로 무조건 배정하게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때문이다. 서울시만 해도 지난해 채무는 1년 전보다 1조2,000억 원 늘어나 본청 기준 12조 원, 투자출연기관까지 포함해 22조 원에 달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채무 없이 3조6,000억 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도 현행 교육교부금은 경제 성장에 따라 세금이 많이 걷히면 자동으로 불어나는 구조라, 이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초ㆍ중ㆍ고 학령인구가 2013년 111만6,000명에서 지난해 81만4,000명으로 27.1% 줄어드는 사이, 교육청 예산은 7조3,689억 원에서 12조8,914억 원으로 74.9% 증가했다. 각종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지자체와 돈 쓸 곳이 줄어드는 교육청 간 재정 불균형은 앞으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기 서울시회의 의장은 “재정 스와프는 지방정부와 교육청 모두 건전한 재정 기반을 갖추게 할 해법이면서 시민 부담을 늘리지 않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선 지방재정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미 시의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촉구 건의안’이 발의돼 있고, 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다음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해 국회와 정부로 이송할 계획이다.
시의회는 법 개정과 함께 서울시 교육경비 조례 수정도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매년 보통세의 약 0.3%(조례상 0.6% 이내), 500억 원가량을 교육청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김 의장은 “현행 조례는 빈자가 부자를, 빚쟁이가 자산가를 먹여 살리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조례 폐지, 또는 일반재정 여건 회복 때까지 보조금 지원을 유예하는 부칙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모든 지방의회의 숙원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시작돼 30년이 넘었지만, 전국 243개(기초 226개ㆍ광역 17개) 지방의회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독자적인 법은 아직 없다. 국회법에 따라 체계적인 운영과 지원이 이뤄지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위상에 걸맞은 권한과 지위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관 도입이 명문화되기는 했다. 그러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은 여전히 집행기관에 예속된 상태다. 그렇다 보니 지방의회의 감시를 받아야 할 집행기관이 지방의회의 조직과 예산을 결정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전국 시도의회와 함께 지방의회법 제정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도 이원욱ㆍ서영교ㆍ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방의회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지방의회가 집행기관과 대등한 입장에서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별도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정식으로 입법을 요청할 계획이다. 의회 예산 독립, 의원 윤리강령 관련 규정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법 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책임과 윤리 의무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방의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권한만 커지면 자칫 ‘지방의회 무용론’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정당의 공천 과정을 더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지방의원의 위법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징계를 내리는 등 지방의회에 대한 견제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