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양국 간 무역 문제를 다룰 실무그룹 출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중 관계의 최대 현안인 ‘수출 통제’를 관장하는 그의 이번 방중이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오후(중국 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의 이번 방중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은 희귀 광물, 첨단 반도체 등 상대국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 등 당면 현안은 물론, 의사소통 채널 구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찾는 건 7년 만의 일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미국)가 보호해야 할 것은 보호하고 (중국과의 협력에서) 가능한 것은 촉진하려 노력하겠다”며 “긴장된 관계를 완화하되 중국의 기술 제한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반대는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초청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일정에서 러몬도 장관은 왕 부장 등 중국 경제무역 당국자와 디즈니 등 중국 내 미국 기업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몬도 장관이 미중 무역 관계에 대한 실무그룹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화당 강경파가 “실무그룹 출범은 중국이 미국의 정책에 개입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확정을 단언하긴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타격을 입은 경제의 회복을 도모하는 중국도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 제재 완화 기회로 보고 있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경제·무역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고, 실무적인 협력과 심도 있는 토론을 기대한다”며 “중국과 미국의 경제·무역 관계는 본질적으로 호혜적이고, 협력은 양국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상무부가 러몬도 장관의 방중 일정 발표 때 중국 기업과 단체 27곳을 ‘잠정적 수출 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며 이 같은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최근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대통령 기후특사 등 고위급 인사들을 연달아 중국에 보내 양국 간 갈등 해소에 힘써 오기도 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의 방중 역시 지난달 옐런 장관 때처럼 양국 관계 안정 및 의사소통 채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일정을 앞두고 “동료들이 그랬듯, 국가 안보 보호가 최우선임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