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이냐 '항명'이냐를 놓고 대립해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국방부의 갈등이 다시 고발 조치로 번졌다.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결과를 놓고 군 당국과 박 대령이 재차 맞서면서다.
국방부 검찰단은 25일 수심위를 열고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를 계속할지 논의했다. 수심위는 위원장을 제외한 11명 가운데 과반인 6표를 얻어야 최종 심의의견으로 채택한다. 회의에 1명이 불참해 10명이 투표했는데 수사 중단 5명, 수사 계속 4명, 기권 1명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군 검찰은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 회의 종료 직후인 25일 오후 9시쯤 박 대령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수심위를 다시 열어야 한다"며 26일 수사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김 변호사는 "군 검찰 수심위 운영지침에 '사건담당 군 검사는 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전제는 수사 중단이든 계속이든 최종 의견을 내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불참 위원까지 참석해 수심위의 최종 의견을 내야 운영지침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며, 출석 통보를 한 군 검사는 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령 측은 수심위 재소집 신청서를 국방부 검찰단에 제출했다. 군 검찰 조사에 당장은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출석요구서를 보낸 담당 군 검사에 대해 운영지침 위반으로 28일 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유리하게 수심위원을 구성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소방청 관계자 2명을 위원으로 선임했는데, 항명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회피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중 1표가 기권표가 되면서 수사 중단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같은 대학교 출신인 교수 역시 수심위 내내 군 검찰을 대변하는 질문을 했다"면서 "법무관리관은 수심위 운영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표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 예비역들은 거리로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외압에 맞섰던 국정원 불법 댓글 수사까지 소환하며 박 대령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박 대령의 동기인 해병대사관 81기 동기회는 26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훈 대령은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령의 모습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불법 댓글 수사 과정에서 외압에 맞섰던 대통령의 과거 모습과 맞닿아 있다"며 "박 대령의 행동에 절차상 일부 잘못이 있더라도 상관의 명을 이행하던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순직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히려는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음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