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해외에 체류하다 돌아온 주민들의 귀국을 승인했다. 이로써 북한의 국경 개방이 공식화됐다. 2020년 1월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 주민들의 이동을 허용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 방역의 자신감도 반영됐다. 다만 외국인의 북한 관광은 언제부터 가능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노동신문은 27일 북한 국가방역비상사령부 발표를 인용해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되는 것과 관련하여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 한 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들의 귀국이 승인되었다"고 전했다. 사령부는 이어 "귀국한 인원들은 1주일간 해당 격리시설들에서 철저한 의학적 감시를 받는다"고 밝혔다.
국경을 열었지만 입국 격리는 남아있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2일부터 26일까지 3차례 고려항공 여객기를 중국 베이징에 보내 외교관, 유학생, 근로자들을 평양으로 실어 날랐다. 코로나 이후 베이징-평양 항공노선이 가동된 건 처음이다. 북한이 귀국을 승인한 공민은 바로 이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방역 등급 조정'까지 언급한 것은 내부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하면서 방역 등급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가 불과 3개월 뒤 방역전 승리를 선언했다. 이후 정상 방역으로 등급을 조정했고 올 7월부터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포착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북한 당국의 승인 조치로 중국·러시아와의 교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북한은 18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버스 편으로 선수단을 투입해 국경 개방을 예고했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북한이 혈맹으로 부르는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중요한 계기인 만큼 북한 주민들이 대거 북중 국경을 넘나들 수도 있다.
자연히 중국인의 북한 관광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국경 봉쇄 이전 외국인 관광객 10만 명이 매년 북한을 찾았는데, 이 중 8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다만 중국 관광업계에서는 "결국 관광객도 북한에 들어가겠지만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제한적 국경 개방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북한의 봉쇄는 코로나 차단 목적도 있었지만, 사상 통제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달성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며 "아직 목표 완수가 안 됐는데 국경을 전면 개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코로나 이후 한국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복제·배포하는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한 상태다. 올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온갖 이색적인 사상 경향과 요소들을 제때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외부 문화와 담을 쌓았다. 이번에 돌아온 북한 주민들도 강도 높은 사상교육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경 밀무역·장마당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당분간 사상 및 탈북 통제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주민들이 귀국하게 되면 그로 인해 외화벌이 수입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북한 인력의 중국·러시아 파견 조치가 병행될 것"이라며 "해외체류 주민들의 대규모 귀국이 방역 상황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면 격리기간을 서서히 줄이다가 내년 외국인들의 입국과 관광을 전면 허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