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8만 여명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다음 달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 집단 휴업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교육당국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갈등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반면, 서울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사들을 공개 지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5일 "9월 4일을 선생님의 49재 추모와 함께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날로 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상주'에 빗댄 조 교육감은 "서울 학교에선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하시기 바란다"며 "모인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서거석 전북도교육감도 공개적으로 '공교육 멈춤의 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 교육감의 입장은 교육부와 상반된다. 전날 교육부는 교사들의 움직임을 "정상적 학사 운영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집단행동 방법으로 거론되는 집단연가에는 "교원은 특별한 사유 없이는 수업일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 학교 재량휴업에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학기 중에 휴업일을 새로 지정할 수 없다"며 관련 법규를 들어 지적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시도 부교육감들과 긴급히 만나 "일부 지역 교육의 책임자가 학생들 교육을 외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을 지지하고 조장해 깊은 유감"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여야정 및 시도교육청이 교권 회복에 함께 노력하자며 출범시킨 '4자 협의체' 대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 차관은 교사 집단행동 중단도 재차 촉구했다. 그는 "공교육은 멈춤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학습권을 외면한 채 수업을 중단하는 집단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교권 회복 요구를 대폭 수용해 종합대책을 내놨고 국회도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교사들이 평일 집단행동으로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려 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은 지난달 하순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교사 A씨가 서이초 교사 49재에 맞춰 교사 각자가 연가나 병가를 쓰자고 제안한 것이 호응을 얻어 추진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10분 주최 측 집계 기준 전국 1만여 개교 소속 교사 8만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전체 교원 50만여 명의 16% 수준으로, 교장과 교감 640여 명도 포함됐다. 교사 B씨의 제안으로 당일 별도 집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또한 집단 연가를 사용하거나 학교에 재량휴업을 건의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학습권 침해 우려가 커서 교사들이 실제 대규모로 집단행동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행사 진행팀도 교사 집단파업 주도 조직이나 단체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변호인 측 의견에 따라 해체된 만큼 교사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될 거라는 게 초등교사노조 측 설명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아이들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교사들이 주장해온 만큼, 9월 4일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추모제를 열자"고 제안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매주 주말 교사들의 대규모 도심 집회가 열린 가운데 26일에도 6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 교권 회복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서이초 교사 사망 진상규명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 아울러 집단행동에 제동을 건 교육부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