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특진 포상까지 내걸며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경찰이 250일간의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4,800여 명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적발됐고, 조직폭력배(조폭)들이 건설 현장에 진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과도한 노조 탄압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250일간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진행해 총 4,829명을 송치하고 이중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건설현장에 뿌리 깊은 폭력행위가 만연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내건 '국민체감 약속' 중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건설현장의 법치를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경찰의 수사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경찰이 건폭 단속에 내건 특진 규모도 파격적이었다. 국수본에 할당된 전체 특진 인원 662명 중 90명이 건폭 수사에 배당됐다.
경찰 지휘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자, 단속 성과는 뚜렷했다. 유형별로 △전임비·복지비 등 각종 명목 금품갈취 3,416명 △건설현장 출입방해·작업거부 등 업무방해 701명 △소속 단체원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 573명 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전·현직 폭력배가 노조를 만들어 금품을 갈취하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개입한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관리대상 조폭 17개파 25명을 검거하고 이중 7명을 구속했다.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집회 개최 및 민원 고발을 빌미로 13개 건설업체를 협박해 전임비 명목으로 1억400만 원을 갈취한 조폭 출신 노조위원장 등 1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폭력조직과 유사한 통솔체계를 갖춰 조직적으로 금품을 뜯어낸 5개 단체 40명에 대해서는 형량이 훨씬 센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조, '유령' 환경단체, 언론인 등 노조나 공익 단체 외형만 갖춘 뒤 '건설사 괴롭히기 식'의 업무방해로 금품을 갈취한 단체도 있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폐기물 관리 미비를 명목으로 고발하겠다며 본인이 발간한 책을 121개 건설단체에 강매해 7,600만 원을 뜯어낸 언론사 대표 등 4명을 검거했다.
다만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무리한 수사를 통한 노동 탄압이자 건폭 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월 1일 노동절에는 건설노조원이었던 양회동씨가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호소하며 분신한 뒤 하루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경찰은 같은 달 서울 도심에서 1박2일 집회를 주도했던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등 2명에 대해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