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이어진 엔저 현상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원화와 엔화 가치가 등락을 함께하는 데다 주요 수출 시장에서 한일 양국의 수출 경합도(수출구조의 유사성 정도)도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1일 '엔화 환율 변동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금액은 0.1% 감소한다고 밝혔다. 2000년 1월~2023년 4월 월별 수출 실적을 토대로 엔화 환율이 우리 수출품 단가와 수출 물량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원은 ①엔화 환율 변화가 우리 수출품의 단가에 영향을 미치고(환율전가율) 이후 ②수출 단가 변화가 수출 물량에도 영향을 주는 것(가격탄력성)으로 가정했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해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산 제품이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가격이 내렸으니 수출 물량은 늘었을 거라는 가정이다. 실제로 해당 기간 엔‧달러 환율이 10% 오를 때 우리나라 수출품 단가는 0.12% 내렸고 수출 물량은 0.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수출액은 0.1% 감소해 영향은 미미했다.
연구원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는 '원-엔 동조화 현상'과 '한‧일 수출경합도가 낮아진 점'을 꼽았다. 엔화 가치와 원화 가치의 등락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원-엔 동조화 정도는 10년 전보다 커졌다. 2014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원‧엔 환율 상관계수는 0.75에 그쳤지만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관계수는 0.973에 달해 거의 같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의 한·일 수출 경합도는 2022년 0.458로 2012년보다 0.02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품목별로 엔저 현상에 영향 받는 정도가 달랐다. 엔·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농수산물 수출 물량은 3.5% 줄어든 반면 반도체는 0.6% 줄어드는 것에 그쳤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 속에서 한국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 비교우위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 수출 지원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