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보이'(2003)와 '웰컴 투 동막골'(2005)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강혜정(41)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다.
2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첫 에세이집 '반은 미치고 반은 행복했으면' (달 출판사 발행)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강혜정은 "처음엔 그냥 일기처럼 썼다가 하나씩 쌓이면서 책 한 권이 된, 제 안에 있는 말풍선을 엮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들이었다. 딸 하루(13)가 어느 정도 자라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휴대폰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였다. 첫 번째 독자는 남편인 가수 타블로. 타블로가 아내의 글을 출판사에 보여준 게 출판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 강혜정은 "설레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엉뚱발랄하지만 왠지 모를 그늘이 동시에 느껴지는 강혜정의 모습이 어디서 연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글들이 책에는 실려 있다. '사이드미러'라는 글에서 강혜정은 학창 시절 자신이 "조용한 반항아였다"며 수업 시간에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낭독해 급우들의 환호를 받은 기억을 들춰낸다. '강아지풀'이라는 글에서는 데뷔작인 드라마 '은실이'(1998)에서 보여준 악역 기로 동네 아주머니에게 "너 너무 못됐더라"며 등짝을 맞은 일을 떠올린 뒤 "눈물이 핑 돌 것 같이 좋았다"고 썼다.
그는 책에서 "날 것의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했다. 숨기고 싶은 예민함,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다. 대중들에게 늘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연예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 강혜정은 "새로운 작품을 하나씩 만날 때마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라면서 "(나 역시) 다시 이 스타트 라인에 설 용기가 있을지, 잘 해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생기곤 한다"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강혜정은 독자들에게 "숨기고 싶은 생각이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건 당신뿐만 아니라 누구나 피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영화 '루시드 드림' 출연 이후 6년간 배우로서 공백기를 이어가고 있다. 강혜정은 "공백기 동안 본업에 대한 공백기는 있었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공백기가 없었다"며 "좋은 작품과 기회가 닿으면 이어갈 생각"이라고 배우활동 재개 의지를 밝혔다. 마침 그녀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올드보이'도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조만간 기념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그는 "(20대 초반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면서 "대배우, 대감독 사이에서 작업할 수 있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굉장히 좋았던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