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를 대표하는 브랜드 포르쉐의 창립자 페리 포르쉐는 1989년 "스포츠카의 오프로드 모델을 만들고 그 앞에 포르쉐 엠블럼을 새기면 누구든 의심 없이 구매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말이 증명하듯 2002년 포르쉐가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 카이엔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로 손꼽힌다.
카이엔은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서며 세계적 성공 신화가 됐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의 카이엔 사랑은 남다르다. 올 상반기 포르쉐의 국내 판매량 중 50%가량이 카이엔이었을 정도다. 특히 신형 카이엔은 차량 출고까지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수요가 빗발치고 있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17일 서울 강남구 레스파스에트나 청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특히 앞서가는 소비자가 많다"며 "출시 때마다 더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진화해 나가는 카이엔과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카이엔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내에 첫선을 보인 3세대 부분변경 신형 카이엔은 스포츠카의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실용성 또한 확보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게어만 대표는 "가족 중심적 공간을 개선하자는 기조를 지켜 나가면서 포르쉐 팬들이 필요로 하는 일상에서의 스포츠카 성능을 강조한 게 신형 카이엔"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포르쉐 6,226대가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더 팔렸다. 1억 원 이상의 높은 가격대에도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일까. 게어만 대표는 "한국에서 체감상 포르쉐 소비자와 팬들이 늘어난 건 사실인 것 같다"며 "나만의 포르쉐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한국에서 특별히 더 잘 받아들여진 덕분"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차량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실내 구성 및 인테리어 등에 있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옵션을 다수 보유한 포르쉐의 강점이 유행을 이끄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포르쉐 신차 구매를 위한 대기 기간은 약 2년이 걸릴 정도다.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대신 질적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는 것이 포르쉐의 설명이다. 게어만 대표는 "창업주도 늘 이야기했듯 많은 차량이 아닌, 최고의 차량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포르쉐"라며 "이전보다는 출고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1억3,310만 원에서 시작하는 3세대 부분변경 신형 카이엔은 이전 모델 대비 약 13.6%가량 올랐다. 그러나 △20인치 카이엔 디자인 휠 △에어 서스펜션 PASM △앞좌석 통풍시트 △열선 와이드스크린 등 옵션이었던 9개 기능이 기본 모델에 장착되면서 실질 가격은 2%가량 내렸다고 포르쉐는 설명했다. 게어만 대표는 "출시에 앞서 시장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한국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옵션들이 많았다"며 "추가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쉐의 다음 목표는 SUV 전동화다. 2년 뒤에는 SUV 완전 전동화를, 2030년까지는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의 80%를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게어만 대표는 "2025년 전기차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카이엔이 가진 가능성, 포르쉐가 가진 역량을 보여주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귀 기울여 듣고 편안한 서비스와 완성된 차량을 선보이는 포르쉐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