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술 취한 남성으로부터 위협받고 도망치던 여성을 구해준 사연이 화제다.
17일 창원시청 홈페이지 '칭찬이어오기' 게시판에는 40대 여성인 이모씨가 쓴 "창원 3006번 버스 기사님 위급 상황에서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쯤 산책을 하려고 집 앞에 나갔던 이씨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다 삿대질을 하며 달려드는 술 취한 남성에게 폭행 위협을 받았다. 이씨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보행신호가 빨간불이라 건널 수가 없었다"고 했다. 왕복 6차선 도로에 차들은 쌩쌩 달리고 있었고, 길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때 택시 한 대가 손님을 내려주려 정차했다. 이씨가 타려고 했지만 뒷좌석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사이 쫓아온 남성은 택시 조수석 문을 열고 같이 타려고 했다. 다시 200m쯤 뛰어서 도망친 이씨는 다른 택시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승객이 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빈 택시를 두드리며 "모르는 아저씨가 쫓아온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가) 손을 젓더니 그냥 갔다"며 "쫓아오는 아저씨가 약간 거리를 두고 있어서 기사님이 위험 상황이라는 걸 인지 못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리를 다쳐 장애가 있는 이씨는 계속 뛰어서 도망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신호대기 중인 버스 한 대를 발견한 이씨는 문을 두드려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는 "사정을 말씀드리니 태워 주셨다"며 "쫓아오던 아저씨가 버스 문 앞에 왔는데, 기사님이 문을 안 열어줬다"고 했다. 이씨는 "기사님이 그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주셔서 무사히 집으로 왔다"고 전했다.
이씨는 "차비 낼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내리면서 버스 번호를 확인했다"며 "경황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해 이렇게 글을 남긴다. 두 택시 기사님을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문을 열어준 곳이 버스 기사님뿐이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문을 열어준 기사는 4년 차 시내버스 기사 이승현씨였다. 그는 KNN과의 인터뷰에서 "(이씨가)급박해 보였고, 겁을 먹은 표정이어서 상황이 평소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16일 자신을 쫓아온 남성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