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의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 우려까지 가중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8% 내린 2,525.6으로 장을 마쳤다. 사흘 연속 내림세를 보인 결과 3월 이후 처음 200일 이동평균선을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중장기적 추세보다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뜻이다. 이날 코스피 상승 종목은 136개(14.8%)에 불과했다. 코스닥 낙폭은 2.6%로 더 컸다. 시가총액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4.6%, 6.4% 추락한 결과다.
미국, 중국 경제지표가 시장에 찬물을 부었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6월 성적(0.3%)을 크게 웃돌았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지만, 시장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악재로 받아들였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마저 "연준은 금리인상을 종료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시장 불안감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지수는 한때 103선으로 뛰어올랐고, 뉴욕 3대 증시는 1%대 하락 마감했다.
반대로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예상을 크게 밑돌아 경기 둔화 우려를 증폭시켰다.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업계 전반의 유동성을 말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됐다. '중국 리스크'는 아시아 전반의 투심을 약화시켰다. 홍콩 항셍(-1.5%·오후 4시 30분 기준)과 상하이 종합(-0.8%)은 물론, 일본 닛케이225와 호주 ASX도 1.5%가량 주저앉았다.
14일 3개월 만에 달러당 1,330원으로 추락한 원화는 강달러와 중국 위안화 약세에 이날 6원 더 밀려났다.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중국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긴장감이 감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중국 당국의 대응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한 방향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