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 중간에 나오는 광고가 영상 앞뒤에 나오는 광고에 비해 기억이 더 오래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개 극의 중요 흐름에 등장하는 중간광고로 생긴 부정적 감정이 오히려 시청자가 광고를 기억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 자체도 광고나 해당 상품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은 뇌파 측정 장치(EEG)를 이용해 동영상 시청자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 중간광고의 부정적 감정이 기억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중간광고가 삽입된 영상 콘텐츠를 보는 실험군과 영상 시작 전후 광고를 보는 대조군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대조군의 경우 광고 요소나 특성에 의해 의도하지 않아도 집중하는 ‘상향식 주의(bottom-up attention)’에 의해 기억이 형성됐다. 이는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시청하다가도 관심 있는 모델, 상품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는 현상이다.
실험군 역시 상향식 주의에 의해 기억이 형성됐는데, 대조군보다 기억하는 광고 수가 더 많았다. 부정적 감정이 기억 형성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정적 감정은 광고에는 전이되지 않아, 광고 속 상품에 대한 구매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영상 콘텐츠가 얼마나 재밌었느냐는 질문에도 두 비교군 모두 통계적 차이 없이 “재밌었다”고 답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0일 세계적 광고 학술지인 ‘저널 오브 애드버타이징’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김 교수는 “기업 수익 창출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광고 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연구 결과가 도움을 줄 것”이라며 “무분별한 중간광고 사용에 대한 규제와 정책 마련의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고려대 스마트미디어연구센터 및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초융합인공지능(AI)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