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통 '딩동댕 유치원'에 '어린 우영우' 나온다

입력
2023.08.15 21:48
자폐 스펙트럼 장애 '별이' 캐릭터 18일 방송부터 등장
국내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 최초
EBS "발달장애 아동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

40여 년 전통의 EBS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지닌 캐릭터가 등장한다. 국내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이 장애를 지닌 캐릭터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지난해 방송돼 신드롬급 화제를 모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박은빈)가 지닌 발달장애로,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 작용이 원활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EBS는 15일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자동차 장난감을 유난히 좋아하는 별이는 장난감의 어려운 이름을 척척 맞히지만, 몸이나 팔을 흔드는 행동을 하고 소음에 민감하다. '딩동댕 유치원' 제작진은 "감각이 무척 예민하고 눈 맞춤이 안 되거나 짧으며 언어발달 지연 등 수많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을 살핀 후 별이를 일반적이되 특수 교육을 꾸준히 받아 온 유아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실제 장애를 가진 아동 가족도 인터뷰했다. 이렇게 탄생한 별이는 18일 방송부터 나온다. '딩동댕 유치원' 속 선생님은 "별이의 생각을 알고 또 이해한다면 우리는 벌써 친구가 될 준비가 된 거야"라며 통합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별이를 통해 제작진은 "발달장애 아동 또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며 그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의 답을 찾는 토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했다.

미국에선 국내보다 7년 앞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유명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줄리아 캐릭터를 2016년 처음 선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줄리아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고 줄리아와 노는 법 등을 알려줘 장애인 가족에 환영받고 비장애인 가족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1982년부터 전파를 탄 '딩동댕 유치원'은 별이를 통해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을 알렸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들었다. 별이는 1회에서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딩동댕 마을에 살며 자연스레 마주치는 사회 구성원으로 나온다. 이를 두고 시청자 게시판엔 '세상의 수많은 별이가 이미 유치원에 행복하게 잘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유아는 의무교육 대상으로 집에 숨어서 가끔 동네 사람들과 마주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다는 설정이 어린 친구들에게 오해를 줄까 걱정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제작진은 "별이는 2회부터 '딩동댕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즐기는 구성원으로 등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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