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임야와 전답을 대거 매입한 뒤 당국의 허가도 없이 벌목을 하고, 형질변경을 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의 늑장 행정 탓에 불법행위가 이뤄진 현장이 수개월이 방치되면서 산사태 등 안전 사고 위험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해당 업체가 몰래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 땅을 사들인 뒤 무리하게 형질변경 등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온다.
16일 대전 동구에 따르면 건설폐기물을 주로 처리하는 대전 소재 A업체가 허가를 받지 않고 하소동 일원 임야의 산림을 벌목하고, 농경지를 최대 2m 넘게 성토(매립)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지난 2월 적발했다.
산림 훼손 규모는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11㏊(11만 ㎡), 농경지 불법 성토 규모는 최소 3만6,000㎡에 달한다.
벌목을 위해선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 자치시장이나 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지방산림청 국유림관리소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산림훼손 면적이 5만㎡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이 적용돼 3년 이상 25년 이하 징역까지 처해진다.
농지 매립 등 토지 형질변경을 하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계 행정청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구 관계자는 "올해 2월 'A업체가 매입한 땅의 나무를 베고, 흙을 쌓아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민원이 제기됐었다"며 "현장에 나가 보니 대규모 벌목과 농지 절·성토가 이뤄져 관계 부서와 합동으로 재차 조사를 해 불법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업체의 불법행위를 확인하고도 동구는 복구명령 등 후속 조치에는 늑장을 부렸다. 이 때문에 현장 복구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구는 산림 훼손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했지만, 복구이행 명령은 3개월이 지나서야 내렸다. 이후 업체 측은 6월에서야 복구계획서를 구청에 제출하고, 작업을 진행해 현재 60~70% 정도 만 복구가 진행된 상태다.
농지 불법 매립 문제는 더 심각하다.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사법기관 고발은 고사하고, 복구이행명령 등 필요한 조치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구 관계자는 "불법 성토구역의 복구를 위해 A업체에 수치지형도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이 안되고 있다"며 "복구 조치를 서두르고, 폐기물 매립 여부를 좀더 꼼꼼하게 확인해 사법기관 고발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구잡이로 절·성토한 현장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B씨는 "무단 벌목한 자리를 절개한 후 그대로 방치해 장마철에 산사태가 날까 두려웠다"며 "농경지를 매립한 흙이 폭우에 휩쓸려 주변으로 쏟아질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해 절·성토를 했고, 나무가 해를 가려 벌목을 한 것"이라며 "청보리를 심었는데 폭우에 모두 휩쓸렸다. 관련 영수증과 사진 등 자료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폐기물 불법 매립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로선 처벌을 받는 게 더 큰 손해다. 폐기물을 몰래 묻은 적이 없다"며 "다만 산림 훼손, 그리고 전답 성토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나온 만큼 최대한 복구 조치하고, 법적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