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LH 전관 업체와 용역 체결 과정 전면 중단하라"

입력
2023.08.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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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 업체와 2335억 수의계약 사실 드러나
사직 임원 4명 중 2명 이미 임기 만료돼
나머지 2명도 한달 남아... '꼼수 사퇴' 비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파장이 잦아들지 않자 해외 출장 중인 원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15일 국토부에 따르면 원 장관은 LH 전관업체 용역 절차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 LH에는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지시도 뒤따랐다. 국토부는 당초 10월에 이권 카르텔 혁파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3년간 전관 업체와 2,335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토부가 즉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원 장관은 15일 열리는 산티아고 페냐 팔라시오스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경축 특사 자격으로 현지를 방문 중이다.

LH에 대한 여론은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명단을 공개한 후, 보름 동안 설계·감리용역 6건을 모두 LH 전관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가 추가로 5곳이 더 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감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태를 수습하겠다면서 이한준 LH 사장이 11일 임원 4명으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으나, 이들의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코앞에 뒀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실제 사직한 임원들 가운데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2명인 부사장과 공정경영혁신위원장의 임기 역시 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임원진 사퇴를 기점으로 구조조정을 비롯한 인적쇄신 작업을 펼치겠다고 이 사장은 공언했지만, '꼼수 사퇴'라는 비난이 커지는 상황이다.

LH는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던 2021년에도 상임이사 4명을 교체했으나, 이 중 2명의 임기가 9일만 남아 비판받은 전례도 있다. 이에 "저의 거취도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뜻에 따르려고 한다"던 이 사장에 대한 퇴진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 사장의 임기는 2025년 11월까지다.

LH 측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임원은 새로 임명되기 이전까지는 계속 근무할 수 있고 공사 혁신을 위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임원을 남겨놓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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