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으로 입사해 수습사원으로 일했던 김미정(가명)씨는 갑자기 "오늘까지만 일했으면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해고 이유 설명 없이 "우리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만 했다. 김씨는 "업무에 태만했거나 회사에 불이익을 준 일은 한 번도 없고 오히려 일찍 출근해 더 열심히 하려 했는데 이렇게 해고될 수 있다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 수습사원 박정수(가명)씨는 입사 한 달 만에 팀장의 '표적'이 됐다. 팀장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박씨를 윽박지르며 업무 화풀이를 하거나 "자리에 폐쇄회로(CC)TV를 달아야겠다"는 등 모욕적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했지만 수습사원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봐 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13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수습사원들이 겪는 계약 갑질' 사례의 일부다. 수습사원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법적으로 보호되지만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거나 직장 내 갑질의 표적이 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17.1%가 "입사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규직으로 입사한 이정민(가명)씨도 수습 기간이 끝나자 회사 대표로부터 "수습 연장, 계약 해지, 계약직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애초 3개월 수습 기간을 거치는 조건으로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김씨는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이밖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습 기간을 연장하거나 수습 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한 경우도 있었다.
수습기간은 정식 근로계약 체결 뒤 업무 능력과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해 부여하는 것이다. 수습사원도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근로기준법·채용절차법의 보호를 받는다. 회사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수습사원을 해고할 수 있고 해고 때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수습기간을 연장하거나 임금을 깎는 등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럼에도 일부 회사들은 사회 초년생의 불안정한 지위와 부족한 법지식을 악용해 부당한 처우를 강요하는 것이다. 여기에 채용절차법이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과태료조차 제대로 부과하지 않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한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수습사원은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받는 지위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실태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