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목전 '내부통제' 사고 대구은행, 해 넘기나

입력
2023.08.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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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구은행 보고 지연 집중검사
증권계좌 개설 수 KPI 반영도 드문 일
이례적 사건에 금융당국 "황당하다"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대구은행이 대형 암초에 부딪혔다. 고객 명의 도용 사건으로 내부통제 부실 의혹을 자초하면서다. 심지어 사건 보고를 지연 혹은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시중은행 전환 금융기관으로 대구은행을 선정했던 금융당국도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고객의 동의 없이 증권계좌를 무단으로 추가 개설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구은행의 '보고 지연' 경위를 집중 검사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6월 30일 계좌 임의 개설 민원을 접수했으나, 한 달 넘도록 자체 감사만 했을 뿐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의 금전적 피해만 없으면 그만이라는 준법의식 결여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례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증권계좌 개설 수를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한 이유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실제 한국일보 취재 결과, 대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은행 5곳 중에 증권계좌 개설 수를 KPI에 포함한 은행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해당 지방은행 관계자는 "증권계좌 개설 수는 전체 KPI의 1,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하려다 사고가 난 듯하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연내 시중은행 전환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환 인가 취소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10월 전후 신청 서류를 금융위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감원 검사 결과가 연내 나올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 전환 인가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로서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대구은행의 전환 신청을 승인할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이 허술한 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갖도록 용인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환 인가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분도 들여다볼 것"이라며 "법률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검사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6일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 선언했는데, 당시 이미 고객 명의 도용 관련 민원이 접수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고를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위규 위법 사안인지 파악하느라 시일이 걸린 것"이라는 것이 대구은행 측의 해명이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 내부에서 파악됐는데도 당국의 보고가 지연된 부분 등 여러 책임에 대해 법령상 허용 가능한 최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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