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로 나뉘어 다시 격돌했다. 당 혁신위원회가 10일 대의원제 무력화와 공천룰 강화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비명계는 당장 "강성 친명들의 입장만 반영한 혁신안"이라며 이재명 대표 퇴진까지 주문하면서 반발수위를 높였다. 향후 혁신안을 온전하게 시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명계는 이번 혁신안을 친명계가 팬덤 당원을 기반으로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권한을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할 경우 '개딸'과 같은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당원 100%로 (지도부를 선출해) 엉망이 됐는데 그걸 따라가자는 얘기"라며 "친명 지도부가 입맛에 맞춰서 혁신위를 뽑고, 그 혁신위가 개딸 입맛에 맞춰서 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천 페널티를 강화하면서 '현역 물갈이'를 부각한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과연 리더십도 없고 도덕성도 상실한 혁신위가 이미 시스템 공천으로 다 확정된 공천룰을 손대는 게 맞나"라고 성토했다. 이원욱 의원은 혁신안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혁신대상은 당 안에서 가장 기득권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퇴진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혁신위가 다선 의원들에게 용퇴를 주문한 점을 겨냥해 "당 최고의 기득권자, 수혜자 이재명 대표"라면서 "용퇴를 결단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반면 친명계는 비명계가 계파 간 이해관계에 젖어 혁신안을 편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친명계 의원은 "아직은 혁신위가 의견을 낸 것에 불과하고,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의 등 논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이재명이니 개딸이니 한심한 소리를 할 게 아니라, 혁신안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정당은 당연히 당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와 28일 의원 전체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계파별로 혁신안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노인 폄하 논란 등으로 혁신위의 도덕적 권위가 높지 않은 만큼, 혁신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수준보다 후퇴한 안으로 통과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