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역대 첫 유엔사 간담회… "반국가 세력, 종전선언과 연계해 유엔사 해체 주장"

입력
2023.08.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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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유엔사 역할 강조하며 문 정부 대북정책 직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로 유엔군사령부 주요 직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 대통령이 유엔사 관계자들과 비공개가 아닌, 공식적으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정전협정' 유지를 주 임무로 하는 유엔사에 힘을 실어주면서 앞서 '종전선언'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와 더욱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유엔사에 대해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지금까지도 한반도 평화 유지의 핵심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즉각 우리 우방군의 전력을 통합해 한미연합사령부에 제공하는 등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며 "이것이 북한과 그들을 추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선언과 연계하여 유엔사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는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간담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참여하고 있는 유엔사 회원국들이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유엔사 참여 희망국이 많은지' 묻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러캐머라 사령관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간담회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엔사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화협정 시도 같은 것들이 유엔사 기능의 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주는 중요성을 환기하는 취지"라며 "역대 대통령이 유엔사 간담회는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을 포함해 복합화된 안보 환경 속에서 유엔사를 통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는 의미도 담겼다.

최근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메시지를 부쩍 강조해 왔다. 6월 자유총연맹 창립 축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의 제재를 풀어달라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선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며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은 유엔의 역사에서도 유일하며, 무엇보다 자유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엔사 기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전임 정부에서 유엔사가 홀대받았다는 문제의식도 깔려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경우, 6·25전쟁 이후 정전체제를 관리해온 유엔사의 존재근거가 희미해진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와 달리 현 정부는 유엔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역할을 부각해 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월 연두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국방장관 회담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달 3일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단체 대표와 가족 면담 자리에서 "종전선언은 그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윤 정부는 종전선언을 절대로 추구·추진하지 않는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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