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에어쇼로 잘 알려진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가 연습비행에서 내뿜는 연막에 대한 성분 조사가 오랜 기간 지연돼 강원 횡성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0일 횡성 군용기소음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는 원주 제8전투비행단 앞에서 974번째 1인 시위를 열고 “2021년과 올해 2월 주민들에게 성분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던 공군이 지난달 돌연 태도를 바꿨다”며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조사결과를 기다린 주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군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연막은 원주 기지를 이륙한 항공기 편대가 횡성 교항리 등지 상공에서 여러 문양 등을 그리기 위해 뿌리는 액체다. 대책위는 지난해 블랙이글스 편대가 40차례 비행하면서 2만2,800L가 넘는 경유 성분 연막을 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200L 드럼통 114개에 해당하는 양으로 인체 유해성과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블랙이글스가 원주기지에서 훈련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연막 성분을 공개하고 수질, 토양오염 여부를 조사할 것을 공군에 요구해 왔다. 건강과 생계가 달린 문제란 이유에서다. 2년 전엔 “상수원보호구역에도 연막이 뿌려졌다”는 증언이 나와 블랙이글스 해체 요구가 거세게 일기도 했다.
계속된 비판에 공군은 2021년 12월, 민관군 간담회 등에서 연막 성분 조사에 대해 적극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일정 등을 제시하지 않아, 주민들은 지난 8일 충남 계룡대를 찾아 원정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주민들은 특히 공군이 지난달 횡성군청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언급한 친환경 스모크 연료 개발에 대한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박재경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새로운 친환경연료 개발이 완료됐다는 공군의 입장은 그동안 사용한 경유 연막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공군은 하루빨리 성분조사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군 측은 “대책위와 협의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실무회의를 통해 추가로 협의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