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서현역 흉기 난동범, 조현병 범죄 양상과 달라"

입력
2023.08.04 11:40
피의자 흉기 사전 구입, 범행 후 은닉하기도
살인 예고글이 '감염효과' 일으켰을 가능성
"온라인 살인 예고글 살인예비죄로 엄벌해야"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흉기 난동범의 범행 양상이 조현병 환자와는 다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달 신림역 흉기 난동 이후 온라인상에 유사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많아지면서 이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서현역 사건은 조현병 환자들의 범행과는 상당히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전날 서현역 일대에서 흉기로 난동을 부려 14명을 다치게 한 피의자 최모(22)씨는 과거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고 괴롭혀 죽이려고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현병에 따른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우발적이고 현장에 흉기를 떨어뜨리고 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흉기를 사전에 준비하고 도주하는 와중에 화분 뒤에 은닉하고 가기까지 했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어쩌면 청부 살인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갑자기 꾸며낸 거짓말은 아닌가 이런 부분이 의심된다"고도 했다.

분열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었다고 조사된 데 대해선 "성격장애의 일종으로, 조현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단계에 가선 조현병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최씨가 지난달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 이어진 살인 예고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분열성 성격장애를 가진 경우 대면 관계에 어려움이 커 상대적으로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크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사회적인 글을 서로 소통하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언론에 얼굴도 나오고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지금까지 나를 무시하던 사람도 나에 대해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일종의 '감염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온라인상에 잇따르고 있는 살인 예고 글에 대해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당분간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사람에 대해선 아주 엄격하게 형법상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는 게 지금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구체적으로 흉기 사진을 올리는 것은 사실 살인을 예비하는 것이니까 징역형이 나오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다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