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이상고온 현상이 현재 ‘한겨울’인 남미 대륙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연중 가장 추워야 할 시기인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연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최고 기온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북반구뿐 아니라, 남반구까지 펄펄 끓어오르면서 겨울철 남극 해빙(sea ice·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 면적도 1970년대 위성 관측 이래 최소 규모로 줄어들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수은주는 30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관측 사상 최악의 8월 폭염으로, 117년 만에 최고 기온이다. 과거 이 도시의 평균 기온은 9~18도였다. 해발 1,000m 이상인 안데스산맥 지역 곳곳의 기온도 35도를 넘어서는 등 아르헨티나 절반 이상이 30도 안팎의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남반구의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칠레 북쪽 비쿠냐 마을의 기온은 38.3도를 기록했다. 우루과이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 남미뿐 아니라, 호주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기온이 평년보다 10~15도가량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매일 4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로 ‘찜통’이 된 아시아와 유럽에 비하면 새삼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남반구는 지금 겨울철이기 때문이다. WP는 “남반구의 8월은 북반구의 2월과 같다”며 “더위는커녕, 따뜻하지도 않아야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구온난화에 더해,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를 평년 대비 0.5도 이상 높게 만들고 있는 엘니뇨 탓에 이례적으로 ‘뜨거운 겨울’이 닥친 것으로 보인다. 기후학자인 칠레의 마이사 로하스 환경장관은 AFP통신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라는, 두 가지 요인이 야기한 복합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더욱 심각한 건 겨울철 남극 해빙마저 녹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극 해빙의 크기는 남반구 여름(한국 기준 2월)엔 가장 적었다가, 겨울이 찾아오면 가장자리부터 얼어붙으면서 다시 커진다. 그러나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지난 6월 남극의 겨울 해빙 면적이 지난해보다 160만㎢나 작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이미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는데, 올해엔 그보다도 감소한 것이다. 해빙 규모가 연중 최대인 다음 달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러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 연구진은 “적어도 2024년까지 남극 해빙 크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WP에 전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가파르게 감소하는 북극 해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았던 남극 해빙이 2016년부터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건 심상치 않다. 태양열을 반사하는 해빙이 줄어들면 바닷물이 이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속도도 한층 빨라진다. 지구온난화가 온난화 현상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다. 다만 NSIDC는 “최근 겨울철 남극의 해빙 규모 감소는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도 “(남극 해빙의) 비정상적 활동이 기후나 해양 변화에 따른 것인지 답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