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 원대 피해를 낸 2020년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이후에도 사모운용사의 불법행위는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가 쉽지 않은 탓인데, 금융당국은 횡령 등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운용사를 시장에서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사모운용사들의 여러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1일 발표했다. 라임사태가 불거진 뒤 그해 사모운용특별검사단을 설치한 금감원은 376개 사모운용사를 대상 전수검사를 실시 중이다.
대표적인 불법 사례는 자산운용보고서 허위 기재였다. A운용사의 경우, 투자 대상 사업장의 공사가 시공사 부실로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자산운용보고서에는 정상 진행 중이라고 적었다. 심지어 일부 기관투자자 요청으로 실시한 현장실사에선 이들을 다른 정상 사업장으로 데려가 투자 대상 사업장으로 속였다. 해당 펀드가 정상 운용 중이라고 오인한 펀드 투자자들은 동일 시공사를 대상으로 설정된 다른 펀드에도 투자했다.
최소 등록유지조건인 자기자본 7억 원에 미달한 B운용사도 200억 원 상당 해외주식 상장폐지로 6개 펀드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으나, 이런 사실을 은폐한 채 자산운용보고서를 투자자에게 교부했다. 투자금을 계속 유치하기 위해 정상 운용사처럼 속인 것이다.
고객 재산을 사유화한 경우도 적발됐다. C운용사는 운용하던 펀드자금을 자금난에 처한 대주주 가족법인을 지원하는 데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인과의 거래제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이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를 펀드자금으로 인수한 후 대주주에게 자금을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또 C사는 운용하던 특별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여러 펀드를 동원한 '자금 돌려막기'로 부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이 밖에 D운용사는 한 부동산 개발사에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의 8배가 넘는 연 166.7% 금리로 대출을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을 자행하는 운용사의 시장 퇴출은 언감생심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신규 진입한 사모운용사는 156곳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퇴출된 운용사는 4곳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운용사 9곳이 최저 자기자본 유지 요건조차도 충족하지 못했으나 투자자 보호 등의 이유로 퇴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당국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한편, 고강도 감독을 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정·불법 행위, 유동성 관리 실패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