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 개최를 주도해 징계를 받았던 류삼영 총경(경남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이 '보복 인사'를 주장하며 사직서를 던졌다.
류 총경은 3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년간 경찰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했지만, 경찰 중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14만 경찰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사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 조직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찰로서 긍지를 갖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경찰 조직을 지켜 달라"며 "저는 떠나지만 앞으로 조직과 후배들 곁을 지키며 경찰 역사의 흐름 앞에서 당당하고 부끄럼 없는 선배로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류 총경은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7일 단행된 총경급 정기 인사에서는 경정급 보직인 경남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으로 전보됐다. 지방청 상황팀장은 복수직급제 도입 전에는 경정급이 맡는 보직이었고, 제도 시행 이후에도 갓 승진한 총경이 담당하는 것이 관례였다. 사실상의 ‘좌천’이다.
이에 대해 류 총경은 "과거 저는 상황팀장의 위 직급인 치안종합상황실장(부산청)을 이미 맡은 바 있으며, 이후 서장을 2회 지내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며 "(상황팀장 전보 조치는) 조직에 반기 드는 사람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류 총경은 "뜻있는 서장들이 의견수렴을 위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대기발령·징계를 거쳐 보직 없이 근무하거나 좌천되는 등 사실상 강등에 가까운 보복 인사를 겪었다"며 "이런 인사는 경찰 조직 전체가 정권에만 충실하게 만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참석자들은 앞으로 4년 동안 보복을 당하고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며 "누군가 경찰 블랙리스트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경찰청장이 갖고 있는 총경 인사권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류 총경(4기)은 경찰대 후배인 윤희근(7기) 경찰청장에게도 "저의 사직으로 더 이상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보복 인사를 멈추고,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청장 본연의 임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후배 경찰관들에게는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하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라"고 조언했다.
류 총경은 기자회견 직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실을 찾아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 이후 행보에 대해선 "경찰국 신설 반대 이후 1년간의 이야기를 정리해 책으로 낼 예정"이라며 "이제는 조직 밖에서 경찰 조직의 민주화,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