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인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할 가능성이 대기업 직장인의 2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주요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노동법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30일 '노동법 범법지대 5인 미만' 보고서를 발간하며, 202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 216건 분석 결과와 관련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등의 제한(23조 1항) △부당해고 시 구제신청(28조) △연장·야간·휴일근로 시 가산수당 지급 규정(56조)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일부 조항(76조)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314만 명(2021년 기준)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은 근로 환경과 직결된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직장갑질119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1월 이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당한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선 18.3%에 달했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의 실직 경험(9.9%)의 2배 수준이다.
직장갑질119는 "30일 전에 해고하거나 30일치 통상임금만 지급한다면 5인 미만 사업주는 사유 설명 없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노동자는 해고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고 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일부러 사업장을 쪼개 운영하거나 직원을 프리랜서로 신고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사례들도 제보됐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응답 역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서 5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기업은 41.9%, 공공기관은 34.0%였다. 사회보험 역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임에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은 40%대로 대기업 가입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당정도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향을 밝힌 상황이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 중 매출이 낮아 법 준수 능력이 부족한 곳도 있지만 병·의원, 약국, 변호사 사무실 등 매출이 높고 법 준수 능력이 충분한 곳도 많다"며 "법 적용 여부를 상시 근로자 수로 결정하는 건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