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을 존중하며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이전까진 소위 선진 민주국가들이 중재 제안을 독점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아프리카 역시 자신의 주요 이해관계 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최근 아프리카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중재역을 자처해왔다. 지난달 16, 17일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아프리카 지도자들로 이뤄진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이 양국을 각각 방문해 △분쟁 완화 및 즉각적인 협상 개시 △흑해 곡물 운송로 개방 △전쟁 포로 교환 등을 골자로 하는 평화 제안을 제시했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철수가 없다면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거부한다고 응수하는 등 성과가 미미했으나, 이번 회담에선 “제안을 존중하며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파기로 전 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 공급을 늘리고 있다”며 안심시켰다. 그는 전날에도 아프리카에 곡물 최대 5만 톤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안보 강화를 위해 러시아는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근 10년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에 간접적으로 군사 지원을 제공해왔다.
27, 28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정상회의는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인 및 확대를 위해 개최됐고, 아프리카연합(AU) 회원국 54개국 중 49개국이 참여했다. 그러나 국가수반이 직접 자리한 나라는 17개국에 불과해 정상들의 참석 규모가 2019년 첫 회의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