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차전 콜롬비아전 패배(0-2)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월드컵 첫 승 사냥에 나선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다득점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 핵심선수인 기즐란 셰바크(AS FAR)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졌다.
한국은 30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2위인 모로코는 조 최약체로 분류되는 상대다. 최근 10경기 전적도 1승 2무 7패로 저조하다. 이 중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1-2 패)과 친선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2-0 승)을 제외한 8경기에서는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0-6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모로코는 지난해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준우승 돌풍을 일으킬 만큼 확실한 ‘한 방’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경계대상 1위는 모로코의 중원을 이끌고 있는 주장 셰바크다. 그는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1차전 부르키나페소전, 2차전 우간다전, 3차전 세네갈전에서 모두 득점을 올리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이 대회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해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독일전에서도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총 48회의 수비압박을 시도하는 등 왕성환 활동량을 보여줬다. 한국으로서는 공수양면에서 팀을 지휘하는 셰바크를 1차적으로 봉쇄해야 실점 없이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또 네이션스컵에서 2골을 기록한 최전방 공격수 로셀라 아야네(토트넘)도 주의해야 한다. 180㎝ 장신인 그는 몸싸움과 헤더뿐 아니라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능력도 뛰어난 선수로, A매치 22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 중이다. 한국 축구의 간판 지소연(수원FC)도 28일 “(모로코의 경기를 보니) 7번(셰바크)에서 시작하는 공격 전개가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다. 또 아야네와는 첼시(잉글랜드)에서 같이 뛴 적이 있는데, 상당히 빠른 선수로 기억한다”며 두 선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셰바크와 아야네를 앞세운 모로코의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대표팀의 수비조직력부터 다듬어야 한다. 한국이 1차전 콜롬비아전에서 내준 2골은 모두 수비진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또 모로코는 네이션스컵에서 기록한 9골 중 3골을 페널티킥으로 득점했다. 대회 개최국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홈 이점이 작용하긴 했지만,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의 파울을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수비진으로서는 상대선수들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공격면에서는 상대의 측면을 공략하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는 독일전에서 상대의 측면 공격에 번번이 뚫리며 대량 실점했다. 전반 11분 카트린 헨드리히의 오른쪽 크로스를 저지하지 못한 것이 선제실점으로 이어졌고, 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를 놓쳐 헤더 추가골을 내줬다. 다른 4실점도 측면 돌파를 허용하거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크를 놓치면서 발생했다.
대표팀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모로코전을 이틀 앞둔 28일 시드니 외곽의 캠벨타운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콜롬비아전에서 선수들의 판단이 느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던 벨 감독은 이날 훈련에서 "빨리 판단 해!"라고 외치며 대표팀의 움직임을 지도했다. 그는 "모로코전부터 바로 토너먼트를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이 대회에 오래 머물고 싶다. 모로코전에 이긴다면 당연히 좋고 최소한 승점을 따와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