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를 대표하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알바로 모라타가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월클(월드클래스)'의 면모를 과시하며 상암벌을 달궜다. 경기장을 찾은 약 6만 명의 관중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 선수단의 화려한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커다란 함성으로 화답했다.
라리가를 11차례나 제패한 AT마드리드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의 경기에 정예 멤버 대부분을 선발로 투입시켰다. 팀의 ‘간판’ 그리즈만과 모라타가 투톱에 섰고, 중원은 주장 코케를 포함해 데 폴, 토마 르마로 구성했다. 마리오 에르모소, 스테판 사비치, 악셀 비첼이 스리백을 꾸렸고, 사무엘 리누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양쪽 풀백으로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이보 그르비치가 꼈다.
이에 맞서는 팀K리그는 이창근이 골문을 지켰고, 포백은 이기제 김영권 정태욱 설영우가 꾸렸다. 또 한국영과 백승호가 중원을 맡고 이승우 나상호 배준호가 최전방의 주민규를 지원했다.
이날 AT마드리드 선수단은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1903년 구단 창단 이래 첫 방한 경기를 갖는 만큼 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 경기 내용 역시 친선전이 무색할 만큼 수준이 높았다. 특히 그리즈만과 모라타는 유럽클럽대항전을 방불케 하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리즈만은 중원 깊숙이 내려와 연계플레이에 가담하다가도 순식간에 한국 진영을 돌파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플레이도 돋보였다. 그는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그림 같은 원터치 패스로 동료에게 공을 내줘 유효슈팅을 이끌어냈다. 전반 23분에는 페널티박스 좌측에서 공을 받은 후 순식간에 강한 왼발 슈팅을 때렸다. 이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고 튕겨져 나오자 끝까지 공을 쫓아가는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라타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7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파포스트를 노린 절묘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다. 전반 19분에는 그리즈만이 올린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했지만 이창근의 슈퍼세이브에 아쉬움을 삼켰다. 4분 뒤에는 골문 앞에서 페인트 동작으로 수비수를 모두 속인 뒤 골문을 열었지만 또다시 오프사이드 휘슬이 불렸다.
선제골은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 12분 그리즈만이 박스 우측을 파고들어 슈팅을 연결했고, 이창근의 손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르마가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비록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이날 이창근은 신들린 선방을 보여줬다. 그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나온 데 폴의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모라타, 에르모소, 사비치, 리누의 결정적인 헤더를 모두 막아내며 K리그 베스트 골키퍼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창근의 선방쇼는 팀K리그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후반 4분 세징야의 간접 프리킥을 안톤이 백헤더로 연결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39분 카를로스 마르틴이 AT마드리드의 두 번째 득점을 올렸지만, 팀K리그는 팔로세비치와 이순민이 후반 43분과 추가 시간에 각각 한 골씩을 더 넣으며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