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장갑차 호주 간다... 독일제에 판정승 거둔 비결은

입력
2023.07.27 15:12
선진 기술 절묘한 조합... 방호력·기동성 한수 위
한화에어로의 '독거미', "수출 패러다임 바꿨다"
호주 수출 우선협상대상... 계약 후 129대 배치

국산 전투장갑차가 2조 원 규모로 호주에 수출된다는 소식이 26일(현지시간) 호주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장갑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기종으로, 최종 단계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독일산 장갑차를 '판정승'으로 제쳤다. 선진 기술을 절묘하게 결합해 성능을 끌어올린 개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군 현대화 사업인 ‘랜드(LAND) 400 3단계’의 보병전투차량 최종 후보들 중 자체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이 우선협상대상 기종에 선정됐다고 27일 밝혔다. 호주군은 이번 사업으로 1960년대 도입한 미국제 M113 장갑차를 교체할 계획이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호주군은 2027년 하반기부터 레드백 129대를 순차 배치한다.

호주에 서식하는 독거미 이름을 딴 이 장갑차는 육군에서 검증된 K21장갑차 기술이 사용되긴 했지만, 계획 단계부터 아예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국내 무기 역사상 처음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이번 호주 사업에는 레드백 외에도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사의 ‘링스’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업체들 제품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마지막엔 링스와 레드백이 경쟁했다.

방산업계에선 레드백이 링스를 성능에서 앞섰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레드백의 경우 이스라엘과 기술 협력으로 차량 하부에서 지뢰가 터져도 화염 등을 차단하는 폭발충격 완화장치를 달았다. 캐나다산 복합 소재 고무궤도를 사용해 주행 성능을 끌어올렸다. 최신 선진 기술을 조합해 방호력과 기동성을 동시에 향상시킨 것이다. 특히 적의 탐지를 피해 빠르게 움직이는 기동성은 장갑차의 핵심 성능 중 하나로 꼽히는데, 레드백의 항속거리는 520km로 알려져 있어 독일제보다 약 5% 길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링스는 공개된 시점이 2018년이라, 레드백과 성능 경쟁을 위해선 추가 개발이 필요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레드백이 성능 면에서 링스보다 0.5~1세대가량 앞선 장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연구위원은 "기존 방산 수출이 국내에서 쓰던 무기를 개량하거나 그대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면, 레드백은 순수하게 수출 지향형 제품으로 기획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라며 "한국 방산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꾼 중요한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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