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위기에도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다수 임직원은 '현금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성과보수체계를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22개 증권사 대상 성과보수 지급 현황과 법규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부동산 PF 업무 담당 임직원이 받은 성과보수액은 총 3,525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정부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의 임직원에게 돌아간 성과보수는 770억 원이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성과보수의 40% 이상은 최소 3년간 이연지급돼야 한다. 향후에 투자 성과가 저조한 경우, 담당 임직원의 성과급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서다. 만일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는 손실 규모를 반영해 성과보수를 재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는 이를 따르고 있지 않았다. 이번 점검에서도 부동산 PF 담당 증권사 임직원 성과보수의 79.7%(3,550억 원)가 전액 현금 등으로 지급됐다. 장기 성과와 연계되는 주식으로 지급된 금액은 3.3%(125억 원)에 불과했다. 증권사 17곳(77.2%)은 성과보수 이연지급 대상인 직원에게 성과급을 전액 일시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연지급 기간을 3년보다 짧게 설정한 증권사도 있었다. 증권사 5곳은 손실 발생에 따른 이연지급 성과보수의 재산정 규정을 내규에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PF 사업장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한 증권사는 40%인 물류센터 사업장의 위험비율을 20%로 반영, 4억 원인 비용을 2억 원으로 축소시켰다. 성과보수는 사업장별 투자 위험 수준을 구분해서 지급돼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가 임의로 성과보수 지급 수단을 정할 수 있도록 열어놨는데, 이러한 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금융위원회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