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진 완화해도 수출 큰 폭 반등 어려운 3가지 이유

입력
2023.07.21 17:00
중국이 최대 교역 파트너인데
①경기 부진 ②자급력 강화
③미·중갈등, 공급망 재편까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이 완화하더라도 수출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대 교역 파트너' 중국 안팎의 변화들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낸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4~12월 대비 올해(1~4월)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①64.7%는 경기적 요인(중국 내 수요 감소), ②35.3%는 구조적 요인(중국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수출 비중 1위인 IT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구조적 요인에 막혀 100% 회복은 힘들다는 얘기다.

중국 자급력 강화로 타격받는 대표 품목은 석유화학과 배터리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중국 석유화학 수출액은 30억 달러가량 줄었고, 배터리는 5억 달러 감소했다. 중국 내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로는 높은 제조업 재고 수준, 부동산 투자 위축 등이 꼽힌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 내 부동산 투자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③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도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또 다른 원인이다. 2019년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출국 중 중국 비중은 60%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40%대 초반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싱가포르, 대만, 미국 수출 비중은 10%대를 뚫고 올라섰다.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치고 들어오는 지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말 23%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19.6%로 줄어든 반면, 미국은 같은 기간 15%대에서 17.9%로 확대됐다. EU도 13%대로 올라섰다.

보고서는 "미국은 견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경기 둔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공장 건설도 급증하면서 휴대폰, 기계류의 수입 수요가 양호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EU도 배터리 등의 현지 공장 건설 수요가 느는 추세다. 이들 지역에서 한국 자동차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수출 확대 요인이다.

구조적인 요인을 보완하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맞춘 수출 다변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소비시장으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간재보다 최종재 비중을 넓히고, 공급망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미국·EU에 대해서는 기술경쟁력 확보가 긴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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