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무기화, 큰 실수”… 마크롱, ‘흑해 곡물협정 파기’ 러시아 직격

입력
2023.07.19 09:08
18면
EU-중남미 정상회의 뒤 기자들 만나
“중동·아프리카 국가서 신뢰 잃을 것”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결정은 큰 실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흑해 곡물협정’을 파기한 러시아를 직격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다. 해당 협정은 지금껏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 주는 장치였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협정에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이번 일방적 결정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의 곡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이번 조처로 러시아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EU-CELAC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실린 러시아 비난 메시지는 당초 예상보다 수위가 낮았다.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공개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당초 16페이지 길이였던 성명 길이도 9페이지로 축소됐다고 한다.

애초 EU는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33개국으로 구성된 CELAC 정상들과 함께 발표할 성명을 통해 강력한 러시아 규탄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니카라과를 비롯한 일부 중남미 국가의 벽에 막힌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을 니카라과가 끝까지 반대했다고 마크롱 대통령이 불평하기도 했다. 니카라과는 대표적 러시아 우방국이다. 이번 EU-CELAC 정상회의는 8년 만에 열렸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 17일 흑해 곡물협정을 18일 부로 공식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밀 선물 가격이 3% 상승하는 등 전 세계 곡물 시장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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