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이번엔 우리 차례… '황금세대'의 라스트 댄스

입력
2023.07.19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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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라스트 댄스’가 시작된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 11시(한국시간) 호주 시드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H조 콜롬비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담금질에 한창이다. U-20 월드컵 4강, U-17 아시안컵 준우승의 기운을 받아 여전사들은 8년 만의 16강 진출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베테랑 ‘황금세대’와 신성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번 대회는 ‘황금세대’가 모두 전성기에 있을 때 출전하는 마지막 월드컵이어서 기대가 크다.

황금세대 주축은 단연 ‘에이스’ 지소연(32·수원FC)이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 145경기에 나서서 67골을 터뜨려 최다 득점 기록 보유자인 지소연은 생애 세 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뒀다. 그는 월드컵 출정식 당시 “세 번째 월드컵인데 다른 대회보다 과정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항상 굵직한 대회엔 이변을 일으키는 팀이 나온다. 이번엔 한국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결의를 다졌다.

지소연과 같은 A매치 145경기에 출전하며 한국 여자 축구의 버팀목 역할을 함께해 온 조소현(35·토트넘), 1984년 10월생으로 한국 여자 선수 월드컵 최고령 참가 기록(38세 9개월)을 세우게 된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A매치 136경기)는 4년 후 대회를 기약하기는 어렵다.

지소연 등과 함께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자인 수비진의 중심 김혜리(33·A매치 112경기)와 임선주(32·104경기·이상 현대제철)도 4년 뒤엔 30대 후반이 된다.

이들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과 2019년 프랑스월드컵을 경험했다. 캐나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16강에 올랐지만, 직전 프랑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에서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다짐하고 있다.

베테랑 장신 스트라이커 박은선(36·서울시청)의 활약도 주목된다. 방황과 굴곡을 겪어 온 박은선은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돌아온다. 2003 미국월드컵과 2015년 캐나다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는 박은선은 182㎝의 큰 신장을 바탕으로 한 제공권과 우월한 피지컬이 강점이다. 세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된 박은선 역시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지며 생애 첫 월드컵 득점을 꿈꾸고 있다.

언니들의 경험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멀티 플레이어 장슬기(29)와 공격수 최유리(28), 손화연(26), 수비수 홍혜지(26·이상 현대제철) 등은 언니들의 뒤를 잇는 대표팀의 간판으로 입지를 다질 기회다. 여기에 ‘유럽파’ 이금민(29·브라이턴), 이영주(31·마드리드CFF)와 ‘막내 3인방’인 2002년생 천가람(화천KSPO), 2003년생 배예빈(위덕대), 2007년생 케이시 유진 페어(PDA)까지 언니들의 ‘라스트 댄스’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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