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두 팔이 없다. 남은 부분에 붕대가 감긴 상태다. 얼굴도 크게 다친 것 같다. 두 눈이 성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남자를 여자가 꼭 껴안고 침대에 함께 누워 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이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천 마디 말 대신”(Instead of a thousand words)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 속 장면이다. 이틀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병원이 촬영 장소다.
남자는 우크라이나 군인이다. 게라셴코 고문은 “우크라이나 방어군 안드리이는 최전선에서 중상을 입었다”며 “그는 양팔과 두 눈, 청력 일부를 잃었다”고 전했다. 여자는 그를 간병 중인 아내다. “안드리이 아내 알리나는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신의 사랑을 돌보고 있다”는 게 게라셴코 고문 설명이다.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하루 남짓 만에 100만 회를 넘었고, 5,000회 가까이 공유(리트윗)됐다. 전 세계가 청년에게서 눈과 팔을 가져간 전쟁의 참상과 전쟁이 빼앗아가지 못한 사랑을 목도하며 서로 다른 이유로 울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알리나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알리며 “인스타그램 기부를 통해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적었다. 알리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밖에서 함께 산책을 했는데 안드리이가 다스베이더 같은 목소리로 수다를 떨었다”고 근황을 전하며 “전화나 문자, 방문 등은 그가 힘을 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호소했다.
안드리이가 싸우다 다친 곳은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원전)가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육군 제47여단 항공 정찰 부대에 지원해 5월 말 부상을 입기 전까지 장교로 복무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대반격을 개시하면서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와 도네츠크에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은 벌써 1년 6개월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