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수원 파장초등학교 체육관. 특별 제작된 씨름 매트 위에서 학생들이 두 명씩 서로 샅바를 요리조리 당기며 발 기술도 걸어 본다. 체격 차로 인해 자신보다 큰 친구에게 들려서 공중에 붕 떠있어도 재미있고, 작은 친구의 기술에 걸려 넘어져도 웃음이 나온다. 체격이나 성별은 씨름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놀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씨름협회,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수원 파장초등학교에서 'K씨름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경기 지역 20개 초등학교에서 민족 고유의 전통스포츠 씨름 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교과 과정에 씨름 지도자가 파견되고, 씨름 용품 등이 체계적으로 지원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씨름과 친숙해지고, 씨름을 하면서 상호 존중과 유대감 형성, 체력 향상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이태현 용인대 교수는 “어린 친구들에게 누구나 쉽게 씨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며 “상대를 존중하는 예절을 배우고, 신체적으로도 좋아지는 운동이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름을 처음 접해 본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하은(5학년)양은 "10번 정도 수업을 했는데 하나도 어렵지 않다"며 "상대를 잡으면 공중에 뜨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강예은(5학년)양도 "친구들한테 두 번 정도밖에 안 졌다"면서 "남자 애들도 세 명 이겨봤다"고 자랑했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과 ‘금강급 레전드’ 임태혁(수원특례시청)은 학생들의 즐거운 씨름 수업 현장을 참관하면서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 차관은 “고등학교 시절에 갑자기 씨름 대회에 나가야 된다고 해서 차출돼 한 번 나갔는데, 한 판 이기고 한 판 바로 져서 떨어져 별로 좋은 기억이 없다”며 웃었다. 임태혁은 “어린 학생들이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어렸을 때 즐기면서 씨름했던 게 생각난다”면서 “더욱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K씨름은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1월 'K씨름 진흥 방안'을 발표하고 씨름 체험프로그램 운영, 유소년 씨름 클럽 육성, 씨름을 누구나 즐기는 국민스포츠로 부활시키기 위한 저변 확대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K씨름 학교체육 지원사업'도 씨름 진흥의 일환이다.
장 차관은 “유소년기 씨름 체험이 씨름 경기 관람과 씨름 콘텐츠 향유로 선순환 돼 일상 공간에 씨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나아가 글로벌 콘텐츠로서 씨름의 시대를 활짝 열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은 "씨름을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보다 쉽고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 기쁘다"며 "업무 협약을 계기로 더욱 많은 어린이들에게 씨름을 알리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