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56·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김명수 사법부'의 평가를 둘러싼 여야 공방의 무대로 변질됐다. 여야는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보다는 사법부의 편향성(김명수 사법부)과 사법농단 사태(양승태 사법부) 등을 각각 지적하며 정쟁의 도구로 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서 후보자는 1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첫 질의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대법원 판결 편향성에 대해 견해를 밝힐 것을 추궁받았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이 최근 국회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노란봉투법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을 내렸는데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서 후보자는 "판결 선고 시기에 과연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분쟁 자체가 너무 오래돼서 당사자들을 위해 지금 선고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법부 인사 시스템,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법원 파기환송 통계를 거론하며 "김명수 사법부가 법관의 역량 면에서도 '단군 이래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서 후보자는 "법관 인력 충원 외에도 역량 강화와 승진 등 보상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부 신뢰 훼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서 시작된 것이지, 법관들의 정치적 발언이 원인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서 후보자 또한 "의원님 말씀처럼 가장 결정적 타격은 사법행정권 남용이었다고 본다"고 호응했다.
서 후보자는 검찰 수사권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서 후보자가 답변 중 '검수완박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상대편에서 공격할 때 쓰는 정치적 용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서 먼저 쓴 용어"라고 맞받아치는 등 한동안 여야 의원들의 언쟁이 벌어졌다.
후보자 개인 검증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앞서 서 후보자 배우자와 아들은 비상장 부동산임대업체인 '한결'의 주식을 각각 15만 주와 5만 주씩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아들의 주식 평가액이 4년 만에 7배 가까이 뛴 것이 밝혀졌다. 서 후보자는 이에 대해 "2018년 재단에서 운영하는 일산어린이집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 폐원 위기에 놓여서 돈을 모아 건물을 사기로 했다"며 "배우자와 아들이 2억 원을 출자해 주식을 받았는데 회사 운영이나 나머지 재산에 대해선 일체 권리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평가액이 계속 늘어났으나 모든 주식은 취득 시 원가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구성의 다양화 못지않게 대법원이 당면한 중요한 문제는 신속한 권리구제와 법적 안정성의 확보를 통한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 당사자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재판에 이기더라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며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을 항상 명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