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연구진이 희소질환이 발현되기도 전에 유전자 검사로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진단 방식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12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김진국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유전체 기반 진단을 통해 희소질환에 맞춤형 치료법을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희소질환 진단은 통상적으로 증상 발현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확진됐을 때는 이미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아예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상용화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질환의 원인을 찾아내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의료 현장에서 희소질환을 진단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희소질환은 7,000여 종으로 그중 치료법이 개발된 질환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치료법이 없어 환자나 가족이 진단 자체를 꺼려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기존에 널리 쓰이는 진단 방식인 유전자패널검사보다 더 넓은 범위의 염기서열(유전자를 구성하는 단위)을 분석하는 전장유전체검사를 통해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중 10% 이상이 맞춤형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김 교수는 희소질환인 바텐병과 모세혈관 확장성 운동실조 증후군의 맞춤형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사전에 희소질환의 원인 돌연변이를 확인하면 보다 더 신속하게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희소질환자의 10% 이상이 전장유전체검사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면서 "최근 들어 검사 비용도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라 이를 통한 희소질환 진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 의대와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에는 의사과학자(의사면허가 있는 과학자) 양성 과정을 밟고 있는 우시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병원에선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연구 경험이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