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합격은 수단일 뿐이다. 이 우주에서 네가 제일 소중하다."
'합격보다 행복'을 외치는 한국사 '일타강사(전국에서 가장 수강생이 많은 강사)' 전한길(53)씨는 공무원 시험 사교육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강의력만큼이나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쓴소리'. 그의 이름을 유튜브 검색창에 입력하면 '전한길 쓴소리' '전한길 명언' 등이 연관 검색어로 등장하고, 칠판 앞에 선 그가 핏대 세우며 고함치는 동영상이 주르륵 나열된다. 한국사 강의 내용이 아니다. 합격, 인간관계, 부(富), 실패, 자신감 등 인생 전반에 관한 동기부여와 위로를 담은 영상들이다. 유튜브 채널 '꽃보다 전한길'의 구독자는 30만 명이 넘고, 조회수 30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있다.
"1997년부터 강사 생활을 한 이후 강의도 열심히 했지만 수업마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지 않았어요. 사실 강사는 수험생을 합격시키는 게 미션이지만 저는 '합격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그게 힘과 용기가 됐는지, 수험생활을 끝낸 이후로도 저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 메가공무원학원에서 만난 전 강사의 말이다.
그는 청춘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 '네 인생 우습지 않다(21세기북스 발행)'를 최근 출간했다. 한국사 교재를 주로 써왔던 그가 홀로 쓴 자기계발서는 이번이 처음. 지난달 출간 당시 책은 예약 판매로만 자기계발 분야 14위(예스24 집계)에 오르며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저도 결코 탄탄대로만을 걷지는 않았어요. 일찍이 수능강사로 인기를 얻어 돈을 많이 벌었지만, 학원 경영에 실패해 25억 원 빚더미에 앉았죠.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지만 운명을 탓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더니 이제 십수억 원을 세금으로 내는 일타강사가 됐습니다."
그는 행복은 감사하는 데서 온다고 믿는다. 택시나 버스를 탈 때나, 식당을 이용할 때 등 모든 주변 사람의 은혜 속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행복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크게 실패도 해보고 산전수전을 겪는 와중에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고 믿는다. 책에는 그 같은 삶의 경로를 거치며 체득한 행복론 50가지와, 고난의 순간마다 고독하게 써 내려갔던 육필 일기가 함께 수록됐다.
"위대한 성군인 정조도 48세에, 세종도 52세에 죽었어요. 그에 비하면 오늘날 물질문명의 혜택과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축복 아닙니까."
전 강사는 '시험에 떨어졌지만 감사하다'는 제자의 연락을 곧잘 받는다. 조선시대와 달리 오늘날엔 성공할 수 있는 창조적인 삶이 무척 많다며 자신의 재능을 따라갈 것을 강조하는 게 전 강사의 지도 철학. 공무원 시험만 바라보던 학생들 중 깨달음을 얻고 갑자기 자영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고추농사로 진로를 바꿔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제자들이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그런 그는 학원 건물 지하에 86㎡(25평) 규모의 '전한길 갤러리'를 사비로 꾸렸다. 수험생활에 지친 이들이 쉬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공간엔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남긴 선물과 편지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다.
"많은 청년이 시험에 떨어지면 인생이 끝인 줄 알아요. 그것이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는 지나 봐야 압니다. '나'라는 존재는 은하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에 남과 비교할 필요 없이 소중합니다. 책을 통해 내가 주인인 인생, 남과 비교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며 멋있게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