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새 100건 늘어난 ‘미신고 영아’… 12명 사망 확인

입력
2023.07.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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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09건 접수해 193건 수사" 
미신고 아동 177명 소재 파악 중
가정폭력 조사 중 발견한 사례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경찰이 수사 중인 ‘유령 영아’ 사건이 전국적으로 200건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이 확인된 영아는 ‘수원 영아 냉동고 유기 사건’ 2명을 포함해 12명인데, 행방이 불분명한 영아가 170명이 넘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4일 “전날까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209건을 의뢰받아 193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입건 전 조사(내사), 학대전담경찰관(APO)이 사전 조사에 나선 사건까지 포함한 숫자다. 지난달 30일 기준 수사 건수가 79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사 대상이 나흘 만에 100건 이상 늘어난 셈이다.

지역별로는 3일 기준 경기남부경찰청이 57건으로 가장 많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대전 26건, 인천 14건, 전남 12건, 서울 11건 순이었다. 보건복지부가 7일까지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된 출생 미신고 아동 2,236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마치겠다고 예고한 터라, 경찰에 의뢰되는 사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청 발표 이후에도 미신고 영아 신고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4일 13시까지 서울시 및 각 구청에서 서울청 소속 경찰서로 협조 요청 및 수사의뢰 등을 통보한 사건은 38건”이라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베이비박스(키우지 못하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에 아기를 놓고 간 유기 사건이 24건으로 전체 63.1%를 차지했다.

수사가 의뢰된 209건 가운데 경찰은 20명의 소재를 확인했고, 177명의 소재를 여전히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12명인데 이 중 5명은 경찰이 범죄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부산경찰청은 2015년 2월에 출산한 여아가 생후 8일 만에 숨지자 시체를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는 40대 친모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나머지 7명 중 5명은 아기가 태어난 직후 병원에서 숨진 사례로,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친모가 아기 2명을 낳은 직후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수원 영아 냉동고 유기 사건'은 지난달 30일 검찰에 송치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도로, 경찰이 일반 사건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미신고 영아를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4일 천안시 동남구 대흥동 한 가정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021년생 유아를 발견했다. 경찰은 당시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유아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탓에 B형 간염, 홍역, 수두 등 필수적인 백신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출생축하금 (30만 원)과 신생아 출산축하용품, 전기요금 할인 등 복지 혜택도 전혀 받지 못했다. 경찰은 40대 후반 친모 A씨와 50대 후반 친부 B씨를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박준석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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