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전기차용 강판을 뽑아내는 공장인 '7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은 '고객사 퍼스트'를 강조한 슬로건 아래서 24시간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연속 아연 도금 라인을 뜻하는 CGL이 쉴 수 없는 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찾고 있다.
7CGL에서 만들어지는 강판은 철인지, 실크인지 헷갈릴 정도로 가늘고 매끄러운 모습으로 쭉쭉 뽑아져 나온 뒤 나와 코일 형태로 돌돌 말려 보관됐다. 그 과정에서 로봇 여러 대가 아연 찌꺼기를 닦아주기 위해 움직인다.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고, 사소한 불순물까지도 잡아내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단 검사대에서의 결함 확인은 작업자들이 직접 꼼꼼하게 살펴 완성도를 높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원하는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기 때문에 강판에 대한 선호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광양제철소는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춰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로 거듭났다. 배터리 무게로 인해 내연기관 차량 대비 25% 정도 더 무거운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경량화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운전자는 물론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튼튼한 차체 개발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영향이다. 기가스틸은 전기차의 뼈대 무게는 낮추되 안전성은 더 높일 수 있어 업계에선 '꿈의 강판'이라고도 부른다는 게 포스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광양제철소는 약 820만 톤(t)의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사 및 부품사에 공급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8,000만 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대당 1대꼴로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 강판을 사용한 셈이다. 글로벌 투자분석업체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전 세계 친환경차 생산 규모는 2020년 644만 대에서 2025년 3,504만 대, 2030년에는 6,036만 대 수준으로 글로벌 전체 자동차 생산 대수의 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포스코는 치열한 전기차 강판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회심의 한 방'도 준비 중이다. 기가스틸은 물론 전기차 구동모터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확대를 이끌 새 공장을 짓고 있다. 광양제철소 내에 무려 1조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새 공장이 완성되면 연산 30만t 규모의 구동모터용 전기강판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심장인 구동모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제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5년 새 공장이 가동되면 현재 연간 10t 규모인 구동모터용 전기강판 생산 규모는 총 40만t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했다.